[2012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문부일 / 어느 시대의 연애
어느 시대의 연애 문부일 9876호 버스의 메모리칩을 컴퓨터 USB포트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9시 25분 녹화부터 슬로우 화면으로 보기 시작했다. 29분 30초, 버스가 흔들렸다. 접촉사고가 난 것이다. 사고 장면 파일을 총무부 김 차장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메일을 보냈다고 따로 연락하지 않고 구석에 달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총무부에는 선명운수 모든 사무실에 설치된 CCTV 녹화 모니터가 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오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짓, 전화 통화 내용,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 앞에서 묵직해진 성기 따위가 카메라에 찍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선명운수의 칠백 여대 버스 앞문과 뒷문 위에는 감시카메라가 달려있다. 누가 지갑을 훔치는지, 슬쩍 여자 엉덩이를 만지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