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매일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어느 삼거리에서 / 이한얼
어느 삼거리에서 / 이한얼 문득 그럴 때가 있다. 무심결에 어딘가를 봤을 때 그 장면이 화인처럼 뇌리에 박히는 순간이. 또는 길을 걷다 어떤 소리를 들었는데 의미 없는 그 음이 아주 오래 머리에 남아 있는 것처럼. 살다 보면 그런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대부분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없던 듯 잊고 살다 보면 훗날 불현듯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그런 현상은 보통 가족이나 연인, 가까운 친구처럼 나의 소중한 사람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길을 걷다 혼자 밥을 먹는 누군가의 등이 유난히 신경 쓰일 때. 말할 때 습관적으로 입술을 삐죽이는 모습에 왠지 친근함이 들 때. 나중에 알고 보면 집에서 자주 보던 어머니의 뒷모습이었거나, 예전 사귀던 사람의 버릇이었음을 기억해낸다. 점차 쌀쌀해지는 어느 날이었다.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