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성명남 / 얼룩진 벽지
얼룩진 벽지 성명남 독거노인이 사는 벽 귀퉁이에 어린 재규어 한 마리 숨어 산다 우거진 풀숲 사이로 자세를 낮춘 짐승의 매화무늬가 보인 건 열대우림 같은 우기가 시작된 며칠 뒤였다 지직거리는 TV속 동물의 왕국에선 재규어가 강물 속에 꼬리를 담그고 살랑살랑 흔들어 물고기를 잡는다 노인은 자신의 퇴화된 꼬리를 자꾸 만져보다 돌아누우며 TV를 꺼버렸다 그칠 줄 모르고 비가 내렸다 하루가 다르게 짐승의 영역은 확대 되어갔다 영역을 표시하는 그 채취만으로 목덜미를 물린 듯 노인은 불안에 사로잡혔다 짐승이 다 자랐을 때 닥칠지도 모를 치명적 위험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이다 점점 몸집을 불린 수컷 재규어가 몸이 근질거릴 때마다 혀로 제 몸을 핥는다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기세다 범람한 강물이 골목을 덮쳤을 때 노인의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