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역광의 길 - 고혜영
역광의 길 / 고혜영 때 되면 자리를 비우는 가을 숲이 사람들 같다헛헛한 밑둥치에 한 잎 두 잎 내리는 가을 뒤따라 내려온 햇살에 눈물겨워 오는 길 올가을 내 안의 숲에도 가지들을 비워야지 방울방울 산의 열매 아껴먹던 새들조차 나직한 날갯짓으로 찡찡 울며 나는 길 붉은 것은 붉은 대로 노란 것은 노랑대로 떠나갈 무렵 해서 제 속내 다 드러낸 길 빨간색 화살표 하나가 역광 속에 보인다. 아이 위한 치유로 시작한 글쓰기 덕분 30여년 봉직했던 직장 퇴임 후, 계약직 첫 출근 날, 신문사가 당선소식을 알려왔다. 막내 아이의 독서 치유로 시작된 것이 글쓰기 치유로 이어지면서 우리 아이는 어느새 꽃과 별과 달과의 소통이 가능해졌다. 어눌한 표현들이지만 아이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엄마의 눈물을 닦아줄 만한 보석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