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작] 난파와 해체를 넘어 인간 재건과 복원을 열망하는 언어 / 염선옥
난파와 해체를 넘어 인간 재건과 복원을 열망하는 언어 - 백은선론 / 염선옥 침몰의 과정을 통과한 난파선 난해성 때문에, ‘무의미의 사전’이라고 불리는 백은선의 시집을 가리켜 독자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부를 수 있을까. 백은선의 시집은 범람하는 문장, 슬픔과 불안, 자학과 가학을 실은 난파한 배의 모습과도 같다. 시인에게는 어떤 의미로 확정되거나 하나로 수렴되는 단정적인 관념어는 “밀봉해서 꼭 끌어안아 터뜨려버리고 싶”(「가능세계」)은 ‘거부감’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관념어의 단절, 이미지 묘사의 나열, 파편화된 시어, 비서사, 방향을 잃은 듯한 화자의 발화 방식 등 ‘비신비’(「비신비」)적인 것들은 데리다의 ‘난파선’을 연상시킨다. 데리다에게 난파선은 침몰이라는 몰락과 파괴의 과정을 통과해 분쇄되고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