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없는 미래와 굴착기의 속도 / 염승숙
없는 미래와 굴착기의 속도 / 염승숙 ㆍ박솔뫼 ‘도시의 시간’론 1. “없는 미래”-도시의 아이들 영화감독인 딸이 병상에 누운 어머니에게 묻는다.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한평생 라틴어를 공부하고 가르쳤던 어머니는 딸을 가만 바라보다 간신히 대답한다. “내일.” 나는 내일을 생각해. 더도 덜도 없이 말 그대로, 그 뜻일 것이다. 이 대화는 난니 모레티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2015)의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는 딸과 어머니의 가슴 아픈 이별을 담담히 보여주면서도,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하는 딸의 감정적 동요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물리적으로 성숙한, 나이 든 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불완전하다.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이혼한 전남편과의 관계도, 사춘기 딸의 속내를 짐작하는 일도 어렵고 험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