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오귀옥 / 뚝배기
뚝배기 오귀옥 맵시는 부족해도 푸근한 오지그릇이다. 아가리가 넓고 속이 깊은 건 제 안에 담긴 음식을 한껏 품어내기 위해서다. 그 안에서 노랗게 봉싯 부풀어오른 계란찜은 더없이 맛깔스럽다. 바글바글 끓는 청국장은 헛헛한 몸의 기운을 돋군다. 무게감 없는 양은냄비는 왠지 경박해 보이지만, 투박하니 묵직한 뚝배기에는 이름 그대로 뚝심이 배어 있다.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맛을 담아내는 데에는 뚝배기만한 그릇도 없다. 뚝배기는 완전한 것보다 조금은 허점이 있어야 더 친숙하다. 한두 군데 이가 빠진 아가리 둘레로 와글와글 개구리 울음소리를 내며 국물이 끓어넘쳐야 제 맛이다. 자르고 찌르는 서양음식에 비해 입술을 쑥 내밀고 숟가락을 후후 불어가며 뚝배기에서 떠먹는 우리 음식에는 여유로운 정이 흐른다. 뚝배기의 질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