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오기석 / 조장
오기석 히말라야는 죽은 자의 무덤이다 바람이 부는 반대 방향으로 그 무덤이 우뚝우뚝 선다 나는 오직 하늘을 나는 독수리를 주목한다 치켜뜨고 고원을 배회하는 그 눈과 내 눈이 부딪칠 때 히말라야는 죽은 자가 산자를 배웅하는 묵직한 항구다 길은 벌써 하늘로 뚫어져 덩그렇게 허공에 매달렸는데 지금 막 망자의 검은 눈을 독수리가 정 조준한다 이곳의 주인은 고원을 만들었다 무너뜨리는 바람이다 그 바람을 타고 독수리는 날아들고 또 그렇게 떠난다 남은 것은 바람의 길을 따라 나는 망자의 영혼 뿐이다 여기서 독수리는 발톱 따윈 쓸모없다 그저 살점을 움켜쥐고 뜯을 수 있는 부리만 튼튼하면 된다 상주도 조문객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들의 목숨은 이미 독수리가 움켜쥐고 있다 그 다음 순서는 모두 바람의 지시에 따라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