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부산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해바라기벽 - 오선영
해바라기벽 / 오선영 벌써 20분이 흘렀다. 대포 같은 카메라를 든 남자가 우리 집을 향해 셔터를 누르고 있다. 담벼락, 창문, 장독, 새시문, 슬레이트 지붕을 남자는 골동품처럼 유심히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찰칵찰칵. 천천히 한 장씩, 때로는 빠른 속도로 여러 장을 찍는다. 카메라 렌즈를 바꾸고, 삼각대를 세우고, 렌즈를 거즈로 닦고, 다시 카메라를 바꾼다. 빠르고 정확하게 손을 움직이는 남자는 전쟁터에서 총을 조립하는 군인 같다. 니들이 뭔데, 남의 집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 집이 이쁘든 안 이쁘든 니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지! 다시 아랫배가 아프다. 두 손으로 배를 감싸고 밖을 내다본다. 남자가 창문을 향해 카메라를 가져다 댄다. 나는 얼른 허리를 숙인다. 쾅. 창틀에 이마를 세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