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소설 당선작] 오솔뫼 / 가자미식해
가자미식해 오솔뫼 01. 마음의 찌꺼기를 갉아 먹고 자라는 기생충이 있다면 내 안의 기생충은 얼마간 그럭저럭 포식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내를 보낸 지 49일 후부터는 날을 헤아리는 일도 관두었다. 수십 번 아내를 따라 바람이 되고 싶은 날들이 오래다. 세상의 들녘이 검고, 풍경소리는 쨍하다. 어떤 연유에선지 슬하에 자식도 없고 일찍이 돌아가신 아버지보다도 훌쩍 나이를 먹어, 지금은 텅 빈 집을 지키는 늘그막 한 노인이 되어가고 있다. 한 평생 옆구리를 때워주었던 아내의 빈자리는 씻어 엎어놓은 장독의 개수가 늘어날 때마다 더욱이 그 애처로운 구멍을 벌름거린다. 이제 아내의 젓갈이 담긴 장독도 두 개뿐이다. 간밤에는 잠이 오질 않아 젓갈 위에 소금더미를 냅다 부어버렸다. 소금이 눈가로 튀어 따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