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오영애 / 흰꽃이 지다
흰꽃이 지다 오영애 흰꽃이 진다 한꺼번에 진다 비를 맞으며 서서 수십 톤씩 진다 무더기무더기 진다 바야흐로 진다 가슴이 하나 진다 통곡하듯 진다 둥둥 떠서 진다 꽃상여로 진다 절뚝절뚝 진다 맨땅위에 진다 색 없이 진다 화 없이 진다 자식 없이 진다 원수 없이 진다 수의(壽衣) 없이 진다 실로 꽃 곁에 가까이 울며 서 있는 장바구니 든 나도 진다 시는 삶의 구원이자 치유였다 뛸 듯이 기쁩니다. 무변창공을 훨훨 날아오를 것만도 같이 기쁩니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이제야 벗어버리는 듯한 홀가분한 이 기분 생에 최곱니다. 스스로에게 보상을 줍니다. 무량으로 기쁩니다. 뼛속까지 다 비워버리고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진 시조새의 날갯짓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몸속으로 파고듭니다. 좀체 떠날 수 없었던 슬픔 덩어리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