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김혜진 / 치킨 런
치킨 런 김종옥 《 “동그란 눈 앞 두개, 처음 목격한 건 캄캄한 공중에 떠 있는 두 눈이었다. 뽀얀 수정체를 배경으로 새까만 동공은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두 다리가 보였고 치켜든 얼굴 윤곽이 드러났다. 사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두 손으로 끈을 붙잡고 두 발로 허공을 차대는 사내의 몸짓은 분명 구해달라는 신호였다. 그러니까 채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나는 다시 사내의 발밑으로 뛰어들었다.” 》 마지막 배달이었다. 아니, 마지막 배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굼뜨게 오토바이를 몰았다. 신호가 바뀔 때마다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섰고, 차들이 다 빠져나올 때까지 골목 입구를 지켰다. 시곗바늘은 새벽 한 시와 두 시 사이에 가까스로 멈춰 있었다. 그러니까 어중간한 시간이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