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기도 / 원기자
기도 / 원기자 일면식도 없는 햇살이평화의 소녀상 앞에 십자가로 세워집니다아무도 보듬어주지 않는 상처를 온몸으로 끌어안은 할머니가외줄 위의 어름사니처럼 아슬아슬하게 넘어갑니다헐렁한 약속을 꿰어보자고옷고름 풀고 앉아 빈 하늘에 보내는 침묵을귀 세워 듣는 이 없네요열세 살 어린 꽃송이군용트럭에 실려 어둠의 터널로 들어섰지요속살 드러낸 허공이 이제 막 달거리 시작한 꽃잎으로휘파람을 불며 달려들던 밤에는비린내가 사라질 때까지 노래를 불렀지요그 노랫소리 배경삼아 스스로 껍질이 된한 여자의 붉은 생, 반듯한 체면을 따라가면목숨처럼 그러안은 기도가 쏟아집니다인생이란 단막극을주연으로 살아본 적 없는 몸, 숨이 멈추면“미안합니다”듣고 싶은 그 말 한 마디 염원으로 남기고십자가 꼭대기 푸른 하늘에 한 줌 햇살이 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