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악어떼 / 원보람
악어떼 / 원보람 서른이 지나기 전에 두 번째 실업급여를 받았다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 햇빛줄기를 나눠먹었고 발끝마다 매달린 검은 노예들도 입을 벌렸다 요즘은 늘 다니던 길을 잃는 사람들이 많아 표지판은 너무 많은 곳을 가리키고 신호등은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만 보내지 도시 곳곳에 설치된 늪지대를 지나다가 영혼을 자주 빠뜨렸다 너무 바쁜 날에는 일부러 나뭇가지에 헌옷처럼 걸어두고 가기도 했다 늪지대에 악어떼가 나온다는 소문이 들렸다 노예들은 밤마다 주인을 뜯어먹었고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무거워지는 노예를 질질 끌다가, 끌려다니다가 악어는 심장부터 먹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상자 안에 있는 상자를 열면 나오는 상자 안으로 도시의 아이들이 차례로 들어갔다 사각지대 안에서 조용히 자라는 아이들 뚜껑을 열면 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