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경제신춘문예 시 당선작] 솟대 - 유택상
솟대 / 유택상 들판은 왜 저리 푸른가 아버지는 늙어서도 솟대이다들판을 한 평생 지키시다 한 마리 새가 되었다지적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땅을 지키기 위해비를 맞고 눈을 맞고가난한 살림에 몸피가 말라 있었다 자갈밭을 논으로 만든 옹이는힘겹게 일궈 온 들판들 언제쯤 아버지 가는 주름살의 내력을 읽어 낼 수 있을까,이것만은 지켜야 자식들 산목숨 이어줄 수 있다고 콜록콜록 막걸리 한 사발가득 마시던 순간, 야윈 갈비뼈 사이에 깊이 앓았던 병이 도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들판에서 자꾸 흔들렸다빛보다 어둠이 두려웠던 나는 들판에서 얼어 죽지 않으려고아버지의 깃털을 뽑아 내 몸을 덮었다겨울 동면에도 흘러 들어온 견딜 수 없는 추위 때문에조금씩 아버지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한 평생 내내 몸이 젖은 들판은 살과 뼈로 자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