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의자가 있는 골목 - 변희수
의자가 있는 골목- 李箱에게 / 변희수 아오?의자에게는 자세가 있소자세가 있다는 건 기억해둘 만한 일이오의자는 오늘도 무엇인가 줄기차게 기다리오기다리면서도 기다리는 티를 내지 않소오직 자세를 보여줄 뿐이오어떤 기다림에도 무릎 꿇지 않소 의자는 책상처럼 편견이 없어서 참 좋소의자와는 좀 통할 것 같소기다리는 자세로 떠나보내는 자세로대화는 자세만으로도 충분하오의자 곁을 빙빙 돌기만 하는 사람과는대화하기 힘드오 그런 사람들은 조금 불행하오자세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이오 의자는 필요한 것이오,그런 질문들은 참 난해하오의자를 옮겨 앉는다 해도 해결되진 않소책상 위에는 여전히 기다리는 백지가 있소기다리지 않는 질문들이 있소다행히 의자에게는 의지가 있소대화할 자세로 기다리고 있는저 의자들은 참 의젓하오 의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