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이름 없는 부재를 향한 노래들 - 안지영
이름 없는 부재를 향한 노래들-정한아, 심보선, 이이체의 시를 중심으로 / 안지영 1.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한다는 것 블랑쇼는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다시 하데스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없었던 것을 작품의 완성을 앞두고 망설이는 예술가의 고통에 비유해 설명한다.¹ 시인들은 누군가의 부재를 노래함으로써만 시인으로 남을 수 있기에 부재에 대한 미련을 극복하기가 죽음을 극복하기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르페우스는 계속해서 에우리디케의 부재를 노래하는 시인으로 남기 위해 그녀를 저승세계에 남기는 것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인만큼 그 부재가 종식되기를 원하는 자가 또 있을까. 시인은 그 누구보다 부재를 깊이 응시하고 절망하는 자이다. 이는 연인의 부재에 한정되지 않는다. 시인은 또한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