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무등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설혜원 / 모퉁이
모퉁이 설혜원 피곤하다. 눈을 뜨면서 나는 중얼거린다. 꿈을 꾼 날이면 잠을 잔 것 같지가 않다. 꿈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피로한 몸을 통해 오늘 또 꿈을 꿨다는 걸 깨달을 뿐이다. 양 날개에 핀이 꽂혀 박제 당하려다 풀려난 나비처럼 나는 몸을 꿈틀거려 본다. 모퉁이, 모퉁이였다. 잠에서 깨어나는 찰나 내 앞에 있던 건 모퉁이였다. 초연과 마지막 순간을 나눈 모퉁이. 모퉁이를 돌면 초연의 집이 나오지만 그날, 나는 모퉁이에서 초연을 보내야 했다. 모퉁이의 환영을 지워보려 뻑뻑한 눈을 크게 떠본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눈을 찌른다. 종이 따위에 손가락이 베이기도 하는 것처럼 고작 빛 한줄기에 가슴 한쪽이 베일 수도 있다는 걸 나는 다시 한번 체감한다. 모퉁이에서 초연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도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