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오후 여섯시를 위한 배려 / 이지은
오후 여섯시를 위한 배려 / 이지은 그일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다. 여자는 귀를 막았고 입을 닫았고 주먹을 쥐었다. 여자의 감각과 기억은 자신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식도와 위와 소장에 이르는 길을 점검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여자는 손등이나 무릎에 귀를 붙이고 몸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땀을 흘렸다.처음에는 희미한 소리만 들렸다. 그러다가 농도 높은 소리가 모공 밖으로 빠져 나갔다. 바람 부는 날이면 여자는 밖에 나가 나무들 사이에 서 있었다. 몸 안에 축적된 음악의 총량이 있다면 바람의 리듬을 타고 어서 사라지기를 바랐다. 개업한 점포 앞의 플라잉 가이처럼 팔다리를 흐느적거리기도 했다.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면, 사람들은 꽁꽁 닫은 창문 너머로 기이한 춤을 추는 여자를 볼 수 있었다.여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