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조영민 / 목련꽃
목련꽃 조영민 꽃이 문을 꽝 닫고 떠나 버린 나무 그늘 아래서 이제 보지 못할 풍경이, 빠금히 닫힌다 보고도 보지 못할 한 시절이 또 오는 것일까 닫히면서 열리는 게 너무 많을 때 몸의 쪽문을 다 열어 놓는다 바람이 몰려와 모서리마다 그늘의 알을 낳는다 온통 혈관이고 살인 축축한 짚벼늘이 느껴져 아주 오랫동안 지나간 것들의 무늬가 잡힐 듯한데… 꽃 진 그늘에는 누가 내 이름을 목쉬게 부르다가 지나간 것 같아 꿈이나 사경을 헤맬 때 정확히 들었을 법한 그 소리가 왜 전생처럼 떠오르는 것일까 그늘은 폐가다 그것은 새집이나 마찬가지 나는 폐가의 건축자재로 이뤄졌다 태양이 구슬처럼 구르는 정오. 꽃그늘에 앉으면 뒤돌아서 누가 부르는 것 같아 부르다 부르지 못하면 냄새로 바뀐다는데 뒤돌아서 자꾸만 누가 부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