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어떤 사이 / 이한슬
어떤 사이 / 이한슬 루에게 먼저 같이 살자고 한 건 그녀였다. 구부정한 자세로, 부동산 유리창에 붙어있는 매물 공고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던 루를 보았을 때였다. 내 집에 빈방이 있어. 그녀가 영어로 말했다. 그러자 루는 그녀에게 방을 볼 수 있는지 물었고, 방을 보러 온 그날 저녁부터 그녀와 한집에서 살게 되었다. 그전까지 그녀가 루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이따금씩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친다는 것뿐이었다. 서울의 중심부이긴 해도 가파른 언덕에 있는 정류장이라 버스가 많지 않았고 배차간격도 긴 편이었다. 이 년 전, 회사와 가까우면서 제일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한 것이었는데 살다 보니 동네에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그런데도 아침 일곱 시 버스정류장에는 언제나 루뿐이었다. 청바지에 낡은 컨버스를 신고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