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매일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임병숙 / 화투
화투 임병숙 투명한 유리창 안으로 햇살이 여과 없이 스며들었다. 두텁게 내려앉은 침묵 사이로 각질 같은 먼지가 빛살에 실려 부유물처럼 떠다니고 있다. 보호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는 바람이 지나간 듯 휑뎅그렁하다. 방 안에는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간간이 어머니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한숨 소리와 화투가 조심스럽게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 중환자 대기실에 처음 들어가던 날 어머니는 몹시 낯설어했다. TV 소리와 한숨 섞인 낮은 말소리, 이따금 들리는 낮은 울음소리와 호흡을 힘겹게 하는 크레졸 냄새. 눈앞에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둔 환자들 때문인지 방안을 흐르는 공기마저 무거웠다. 전등과 TV를 끈 밤이면 심해의 침묵 같은 어둠이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어머니는 이방인처럼 그 속에 섞이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