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전남매일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싹 / 임춘보
싹 / 임춘보 명태는 먹태가 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접시 위에 잘게 찢어진 생선의 살점들을 보며 장 부장은 확신했다. 심해를 헤엄치던 생선이 값싼 마른안주가 되고 싶었을 리 없다. 하지만 식품으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면 심해의 기억은 잊어야 한다. 야망을 품을 거라면 차라리 질 좋은 황태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플라스틱처럼 딱딱하게 굳은 지느러미를 움직이려 애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현실감각이 없는 먹태는 공동체에도 해를 끼친다. 함께 노끈으로 꿴 다른 생선들에게 애꿎은 희망이나 서글픔만 심어주기 때문이다. 말이 많은 김 과장이 퇴사한 이 대리의 근황을 떠벌리고 있었다. 이 대리가 작업실 겸 카페를 오픈했는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기계적으로 먹태 구이를 씹던 장 부장의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