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입과 뿌리에 관한 식물학 - 조상호
입과 뿌리에 관한 식물학 / 조상호 입술을 달싹일 때 해안선이 느리게 펼쳐진다 거기 혀가 있다 행려병자의 시체 같은풀잎처럼 흔들리는 그림자달은 빙산이 되어 은빛을 풀어헤친다 물빛을 깨고 비치나무 냄새 번져오는 젖을 희끗희끗 빤다 안개, 서늘한 빗방울, 물방울 띄워올린다 뿌리가 부풀어오른다 물거품처럼 * 웅웅거리고 부서지고 내장처럼 고요 쏟아져 내리고 내려야 할 역을 잃고 흘러가는 페름 행 전신주 흰 눈송이들 백야의 건반을 치는 사내 ― 창문을 두드리는 나뭇가지 ― 길고 가는 손가락 갈라지고 떠도는 핏방울 소용돌이 변두리로 나를 싣고 창 밖 쁘이찌 야흐 행 마주보며 또 길게 늘어나고 민무늬 토기처럼 얼굴 금이 가고 스쳐가는 가가문비나무 그늘 나뭇가지 그림자 일렁이는 시간 산란하는 밤의 시작을 경계를 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