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자전거 - 김은진
자전거 / 김은진 “벌써 학교 가는 겨?” “시험 봐.” “그럼 든든히 묵고 가야 제. 어서 온나.” 속 비면 될 일도 안 된다며 할머니는 서둘러 상을 차려 주었다. “뭐야, 시험 보는 날 미역국 먹으라고?” “새벽에 흰둥이가 새끼 낳았다. 아홉 마리나.” “수학경시대회라고.” “어때서 그랴? 미역국 먹어도 잘 볼 놈은 다 잘 봐야.” 운이라는 게 있다. 발 떨지 마라, 문턱 밟으면 복 나간다, 밤늦게 손톱 깍지 마라, 베개 세우면 못쓴다고 입이 닳게 말하던 할머니가 시험은 무시한다. “오늘 잘 봐야 학교 대표로 나가서…” “흰둥이 미역국 갖다 줘야 것다. 젖이 잘 돌아야 할텐디.” 할머니는 내 말을 자르며 일어났다. 난 반장과 동점이었는데, 반장이 나보다 주관식 답안 성적이 높아 학교 대표가 됐다.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