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자전거 소개서 / 이예인
자전거 소개서 / 이예인 빗방울은 등에 지고 땀방울은 지르밟아가락시장 삼십여 년 공손히 함께해온온몸에 보푸라기가 훈장으로 매달린 너 골 깊은 허기에도 비상구 없던 외길숱하게 부대낀 날 짐받이에 걸어두고힘차게 달리고 와서 숨 고르는 발동무 쭈글해진 두 바퀴에 기운을 넣어주고다른 데는 괜찮냐고, 아픈 데는 없느냐고페달과 늑골사이에 더운 손길 얹는다 청지기 받침대가 남은 하루 받쳐 들면윤나는 안장위에 걸터앉은 가을 햇살소담한 너울가지를 체인 위에 감는다 껍질을 깨며 그리움에 닿는 것은 모서리가 다 닳고 나서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인가 봅니다. 긴 날이었습니다. 먼 길이었습니다. 맹목이었습니다. 형식을 갖춘 절제의 가락 속에 버젓하게 지존하는 언어의 숨결은, 저에게 있어서는 격조 높은 울림이었습니다. 그 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