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작명소가 없는 마을의 밤에 / 신이인
작명소가 없는 마을의 밤에 / 신이인 오리너구리를 아십니까?오리너구리,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아에게 아무렇게나 이름을 짓듯강의 동쪽을 강동이라 부르고 누에 치던 방을 잠실이라 부르는 것처럼 나를 위하여 내가 하는 일은밖과 안을 기우는 것, 몸을 실낱으로 풀어, 헤어지려는 세계를 엮어,붙들고 있는 것 그러면 사람들은 나를 안팎이라고 부르고어떻게 이름이 안팎일 수 있냐며 웃었는데요 손아귀에 쥔 것 그대로보이는 대로 요괴는 그런 식으로 탄생하는 겁니다부리가 있는데 날개가 없대알을 낳지만 젖을 먹인대반만 여자고 반은 남자래 강물 속에서도 밖에서도 쫓겨난 누군가서울의 모든 불이 꺼질 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알고 계셨나요?기슭에 떠내려오는 나방 유충을 주워 먹는 게 꽤 맛있다는 거 잊을 수 없다모두가 내 무릎에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