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잔등노을 / 정연희
잔등노을 / 정연희 소잔등에 부르르 바람이 올라타고 있다 곱슬거리는 바람을 쫓는 꼬리는 등뼈를 타고 나간 장식 억센 풀은 뿔이 되고 오래 되새김한 무료는 꼬리 끝에서 춤춘다 스프링을 닮은 잔등 속 간지러움은 온갖 풀끝을 탐식한 벌 한 마리 꽃의 몸속에 피는 봄 연한 풀잎이 키운 한 마리 소는 쌓아 놓은 풀 더미 같고 잔등은 가혹한 수레의 우두머리 같다 논두렁 길 따라 비스듬히 누운 온돌방 같은 소 한 마리 눈 안에 풀밭과 코뚜레 꿴 굴레의 말(言)을 숨기는 저 순응의 천성 가지런한 빗줄기가 껌벅 껌벅거린다 융단처럼 펼쳐놓은 노을빛 잔등이 봄빛으로 밝다 주인 닮은 뿔처럼 몸 기우는 날은 금방 쏟아질 것 같은 잔등의 딱지가 철석철석 박자를 맞추고 저 불그스름한 노을은 유순한 소의 엉덩짝을 산처럼 넘는다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