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전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홍기운 / 장고는 장고다
장고는 장고다 홍기운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었다. 발치에 흙탕물이 튀었다. "으악, 더러워. 이게 뭐야!" 내 입에서 짜증 섞인 비명이 튀어나왔다. "야, 그만해. 저 혼자 깨끗한 척은?" 옆에 있는 몸거울이 핀잔을 주었다. 몸거울이라고 해 봐야 위쪽은 반이나 깨지고 없는, 별 볼 일 없는 녀석이다. "깨끗한 척이라고? 난 너희랑은 달라. 할머니가 날 얼마나 예뻐했는지 알아?" "너만 그런 거 아니거든. 우리도 옛날에는 다 잘나갔다고!" 그나마 몸거울은 내 투정에 대꾸라도 해 준다. 하지만 팔걸이가 다 찢어진 소파는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내가 처음 마당에 나왔을 때도, 바로 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 이름은 장고. 한 달 전에 마당 처마 밑으로 쫓겨난 냉장고다. 이십 년 전, 이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