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저녁의 집 / 유수진
저녁의 집 / 유수진 아침이라면 모를까저녁들에겐 다 집이 있다주황빛 어둠이 모여드는 창문들수줍음이 많거나 아직 야생인 어둠들은별이나 달에게로 간다 불빛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건다 저녁의 집들이다 한 켤레의 염치가 짝짝이로 돌아왔다수저 소리도 변기 물 내리는 소리도 돌아왔다국철이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설거지를 끝낸 손가락들이소파 한 끝에 앉아어린 송아지의 배꼽, 그 언저리를 생각한다 먼지처럼 버석거리는 빛의 내부어둠과 빛이 한 켤레로 분주하다저녁의 집에는 온갖 귀가들이 있고그 끝을 잡고 다시 풀어내는 신발들이 있다 적어도 창문은 하루에 두 번 깜박이니까 예비별의 자격이 있다 깜박이는 것들에겐 누군가 켜고 끄는 스위치가 있다매번 돌아오는 관계가 실행하는 수상한 반경엔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있고스위치를 딸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