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가루약 눈사람 / 전율리숲
가루약 눈사람 / 전율리숲 나았니 나는 녹지 않았어 발자국도 나지 않았어 아직 다정한 어른은 되지 못했지만 가끔은 아빠처럼 우체국 커다란 창문 앞에서 잠자고 엄마처럼 기념품 가게에서 일해 너의 청록색 엄지장갑을 심장 자리에 넣어두는 걸 깜빡했는데도, 오늘은 춥지 않더라 무려 스무 날 전 네가 내 볼에 붙여주었던 귤껍질에서는 보물상자 냄새가 나 가끔 크게 웃고 있어 네가 생각나면 "감기는 다 저의 어린 마음과 멀리서나마 나란해질 수 있도록 시를 쓸 수 있다면" 2021년 여름, 문득 폰 메모장에 두드려 보았습니다. 조금 어린 사람, 타협하지 않는 어린 마음, 사랑의 생활습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 싶던 몇 가지 일을 시작해보게 된 건 힘든 시간들 때문이었는데요. 도리어 새로움이 된 것 같았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