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뫼비우스의 띠 / 정황수
뫼비우스의 띠 / 정황수 1. 존(John)이 공룡처럼 웅크리고 있는 강남 사거리 한국빌딩 15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여비서가 15도 각도로 허리를 굽힌다. 서구적인 얼굴에 키가 늘씬하고 볼륨 있는 몸매의 8등신이다. 아래 위 검은 슈트를 입고 어깨 쯤 내려오는 생머리를 묶었을 뿐인데 굉장히 섹시해 보인다. 비서가 안내한 곳은 강남 사거리가 훤히 잘 보이는 탁 트인 방이다. 아담한 손님 접대실, 두꺼운 회색 카펫에 가죽 소파가 덩그마니 놓여 있고 앞 유리 탁자 위에 장미 몇 송이가 꽂힌 꽃병 하나가 곁눈질하는 것이 전부다. 벽엔 진품인지 가품인지 모딜리아니 긴 목의 여자가 흐리멍덩히 눈을 뜨고 졸고 있다. 여비서가 따라 들어오며 마실 것 무엇을 준비할까요? 역시 15도 인사다. 진한 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