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전북도민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박상미 / 귀얄
귀얄 박상미 웃자란 잡풀들만 마당 안에 가득했다. 스산한 바람이 불때마다 간신히 매달린 문짝들이 덜컹거렸다. 추억 찾기 여행만 아니었다면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을 것이다. 폐가의 전경은 지켜보던 나를 두려움으로 머뭇거리게 했다. 먼저 들어간 남편이 손짓을 했고 둔덕아래서 기웃거리던 나와 딸아이가 두근거리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소품들만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때 묻은 것들에게서 행여 이야기라도 쏟아져 나올까 귀를 기울여본다. 딸아이 눈이 쥐눈이콩 마냥 새카맣게 빛이 난다. 귀신이 나올 것만 같다며 호기심 어린 표정이다. 구석구석 쌓인 먼지가 사람손길이 떠난 두께를 말해주었고 시간의 무게만큼 내려앉은 아랫방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진 남편 덕분에 덩달아 누려보는 호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