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김영두 / 철이네 우편함
철이네 우편함 김영두 철이네 우편함은 강 이 편에 있습니다. 집배원 아저씨가 강 건너 오시는 게 미안해 이 편 강가 숲 속 소나무에 우편함을 달아 놓았답니다. 며칠에 한번씩 배를 타고 건너와 편지를 찾아가는 철이 아빠. 우편함 속에 할미새 부부가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알록달록 귀여운 새알을 낳았답니다. 철이 아빠는 옆 소나무에 바구니를 하나 달아놓고 글을 써 붙였습니다. "집배원 아저씨, 편지는 여기에 넣어주셔요." "우편함에는 산새가 새끼를 치고 있어요." 호기심에 살금 살금 다가가 우편함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솜털 보송한 새끼들이 어미가 온 줄 알고 노란 입을 짝짝 벌립니다. 나는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얼른 뒷걸음쳐 도망쳤습니다. 어린 것들이 다 자라 날개가 돋치면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