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경신춘문예 시 당선작] 새살 / 조윤진
새살 / 조윤진 입 안 무른 살을 혀로 어루만진다 더없이 말랑하고 얇은 껍질들 사라지는 순간에얼마나 보잘 것 없는 세계들이 뭉그러졌는지 세어본다당연히 알 수 없지 시간은 자랄수록 넓은 등을 가진다 행복과 안도가 같은 말이 되었을 때배차간격이 긴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타게 되었을 때광고가 다 지나가버린 상영관에 앉았을 때나는 그렇게 야위어 간다 뚱뚱한 고양이의 부드러운 등허리를 어루만졌던 일운동장 구석진 자리까지 빼놓지 않고 걷던 일그런 건 정말 오랜 일이 되어 전자레인지에 돌린 우유의 하얀 막처럼 손끝만 대어도 쉽게 쭈그러지지 톡 건드리기만 해도 감당할 수 없어지는 만들다 만 도미노가 떠올라 나는 못 다 한 최선 때문에 자주 울었다 잘못을 빌었다 눈을 찌푸릴수록 선명해지는 세계 얼마나 더 이곳에 머무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