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조정일 / 산새
산새 조정일 숨 멈추고 한 발 보고, 듣고, 숨쉬고 숨 멈추고 또 한 발 보고, 듣고, 숨쉬고 가랑잎 한 장 내려앉듯이 그 위로 빗방울 한 개 구르듯이 산새가 걸을 때 "선생님, 또 느껴도 돼요?" 한 아이의 말이 나를 깨워 있잖아요 사월에. 최순우 옛집 뒤뜰에서 볕 쬐는데, 어떤 선생님이 애들을 데리고 와요. 오 분 동안 봄 햇살 느끼고 시 쓰라고. "지금부터 말하는 사람은 시 하나 더 쓰기. 지난번에는 선생님 감동시킨 사람이 하나도 없어. 시작." 하니까 애들이 봄 햇살 느낀다고 요래조래 가만 앉아있어. 오 분 동안 말 안하고, 말 하면 시 하나 더 쓰니까. 나도 가만있었지. 부스럭거리면 방해될까봐 똑같이. 한 애는 해 보고, 한 애는 나무보고, 한 애는 담 쳐다보고, 오 분이 지났어. 이제 시를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