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주미경 / 모과나무
모과나무 주미경 휠체어 뒤에 책가방을 달고 재륜이가 학교에 갑니다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모과나무 아래에서 길게 숨을 내쉴 때 모과나무는 가만히 휠체어를 내려다봅니다 무릎에 머리가 닿도록 허리를 휘었다가 젖히면서 반 바퀴 또 반 바퀴 언덕을 오르는 동안 뿌리에서 먼 가지 끝까지 잔뜩 힘을 주는 모과나무 재륜이가 언덕을 넘어 허리를 쭉 펴는 순간 뚝 모과가 떨어집니다. 꽃이 되든지 바람이 되든지… '신춘문예 응모'라고 적은 봉투를 내밀자 우체국 여직원이 "아!" 그러면서 해맑게 웃었다. 이 설렘을 안고 오늘, 이 작은 시골 우체국을 찾은 사람이 또 있었나 보다. 그 여직원의 미소가 나에게 행운의 신호였을까. 그러나 행운도 실력의 다른 이름이라고 했다. 행운을 바라기엔 아직 모자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기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