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경신춘문예 시 당선작] 유실수(有實樹) / 차원선
유실수(有實樹) / 차원선 너의 눈 안에는 열매를 맺으려 하는 나무가 있다 너의 눈에 나무를 심은 사람이 저기 소각장에 앉아 있다 자신의 옷을 다 태우고도 헐벗은 너를 보고 있다 멀뚱히 있는 너와 떨어진 잎을 한데 덮는다 앙상해지도록베고 누웠다 잔향 더미로 만든 모래시계 마른 낙엽을 주워 구덩이로 몰아넣었다 왜 내 얘기를 듣고 있어요?낯선 사람인가 봐 쓸쓸하다고 하면 데려갈 텐데 그대로 있어요 반딧불이 무리지어 올리는 온도올라가는 건물 빈 곳은 비어있었던 적이 없고마지막으로 옮긴 불씨 조각이 다 자란 나무의 잎에 옮겨붙는다 오랫동안 그를 알았다 열매를 남긴 나무, 앨범에 적히고 눈 안에 마른 씨앗을 품던 자리가 바스러져 날아간다 몇은 땅으로 몇은 모를 곳으로 "내가 머물렀던 자리 돌아봐…주변에 귀 기울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