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경제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김정진 / 채종선
대상바람은 가끔 옆으로 분다 / 김정진 남자는 방금 들어온 메일을 열고 얼굴이 굳어졌다. 내일까지 제출해야할 견적 자료를 이제야 보내준다는 것은 이 계약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었다. 아이템 종류로 봤을 때 족히 닷새는 소요될 작업이었다.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개자식!" 그동안 남자가 이 계약에 들인 공을 생각하자 이가 빠드득 갈렸다. 믿을만한 인간은 못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정도 받아먹었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금껏 비행기로 기차로 불려 다니며 밑을 닦은 자신의 행적들이 적나라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남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 내가 아직도 세상을 만만하게 보고 있구나, 혼잣말을 하고는 메일을 삭제 했다. 그날 밤 전화를 받지 말아야했다. 아니, 윤과의 질기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