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난공불락 - 최일걸
난공불락 / 최일걸 들쭉날쭉한 삶들을 한 두름에 엮어서 층층이 쌓아올린 것은 누구의 발상이었을까. 누적된 소음이 얼마이기에 살의를 숨긴 벽을 사이에 두고 안테나처럼 귀를 곧추세워 사방의 소리를 잡아당기는 걸까. 공명통이나 다름없는 각자의 집에서 의심으로 증폭된 인기척에 몸서리치는 주민들, 이웃 간의 대화는 얼마나 연체되었을까. 다들 지불 정지된 손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첨예한 대립의 집합체는 난공불락이어서 위층 남자 발소리가 들리자 즉각 전기드릴을 작동시키는 아래층 여자, 옆집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뛰어놀자 재빨리 인터폰을 집어 드는 이웃집 노인, 이렇게라도 조건반사를 형성해서 전 주민이 발레리나가 되어 백조의 호수를 펼쳐보자는 것이지. 공동주택에 살면서 억지스럽게 단독주택을 고집하는 저들이 간절히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