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아그리빠 - 최졔이
아그리빠 / 최졔이 굵고 긴 똥을 싸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똥꼬가 아니라 아랫배에 힘을 주어야 한다. 발가락 끝이 속절없이 꼬부라졌다. 어제저녁엔 상추 한 소쿠리를 혼자 비웠다. 밥도 한 말은 먹었다. 입 밖으로 신음성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방귀만 몇 번 뀌다가 뒤를 닦았다. 피가 비쳤다."난 니가 똥간에 신방 차린 줄 알었다."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화장실에 애인 숨겨둔 줄 알겠다고, 거실에 누워 야구를 보던 아빠가 기어이 한 마딜 거들었다. 잔변감 때문에 아랫배가 꿉꿉했다."와, 아빠, 그것참 쓰레기 같은 농담이다.""교성이 엔간해야지."아빠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고 있던 고무줄 바지 안에 손을 쑥 밀어 넣었다. 배를 긁는 건지 아랫배보다 더 아래를 긁는 건지 한동안 바지 속에서 꼼틀대는 손이 바깥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