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반가사유상 - 최찬상
반가사유상 / 최찬상 면벽한 자세만 철로 남기고 그는 어디 가고 없다 어떤 것은 자세만으로도 생각이므로 그는 그 안에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겠다 한 자세로 녹이 슬었으므로 천 갈래 만 갈래로 흘러내린 생각이 이제, 어디 가닿는 데가 없어도 반짝이겠다 [당선소감] 詩語 함께하던 길 끝에서 설렘·두려움 만나 당선 전화를 받는 순간 잠시 휘청거렸습니다. 가슴속 한 장소에서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동안 나의 길잡이가 되어 준 수많은 시들이 까맣게 지워진 나의 정수리 위에서 반짝입니다. 짧은 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오는 길. 닳아버린 신발 밑창에서 해가 지고 어둠 속에서 말들이 바스락거립니다. 한밤, 피곤에 지친 말들을 보듬고 위로하며 또 신발 밑창에서 빨갛게 해가 뜨기를 기다립니다. 사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