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22. 눈싸움.
쌓인 눈을 두 손으로 꾹꾹 눌러 던지던 추억이 있었다. 차가운 아픔에 몸서리쳤던 추억이 떠오른다. 곧 눈이 내릴 것이다. 이제는 눈을 던지는 입장이 아닌, 멀리서 눈싸움 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낀다. 시리다며 주머니 속에서 꼼작 하지 않는 손에게 모든 핑계를 덮어씌울 것 같다. 내가 1년 동안 머문 키르기스스탄은 눈이 자주 그리고 많이 내리는 곳이다. 그래서 겨울이면 쉽게 눈을 만날 수 있고, 눈싸움을 즐기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겨울이 되었다고 집안에만 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아가 순백의 세상을 마주하고 싶다. 손이 얼었다고 발이 얼었다고 끙끙 앓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적어도 사람들과 함께 눈길을 걸으며, 겨울이 왔음을 눈으로 몸으로 느끼고 싶다. 겨울은 즐기는 자에게 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