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통화음이 길어질 때 - 진혜진
통화음이 길어질 때 / 진혜진 포도에서 만납시다 머리와 어깨를 맞댄 돌담을 돌면 포도밭이 있다맛이고 흔적인우리의 간격은 포도송이로 옮겨가고담장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처럼지지대를 타고 몸을 쌓는다씨를 품는다 우리는 서로 기댄 채 손끝이 뜨거워지고 포도는 오래 매달릴수록 그늘의 맛이 깊어진다입꼬리 올린 갈림길마다 가위눌린 꿈에서쓴맛이 돈다포도는 입맞춤으로 열리고 선택으로 흩어진다 바둑판 위에서 반집을 지키는 흑백의 돌처럼 우리는 내려올 수 없는 온도 피가 둥글어진다 언젠가 통화음이 길어졌을 때그것이 마지막 고별이라는 걸 알았고덩굴인 엄마가 욱신거려 그해 포도 씨는 자꾸만 씹혔다 깨물어 버릴까 한 팔이 눌리고 한 다리가 불면인 잠버릇이 생긴 곳자유로를 지나 수목장 가는 길 포도 알맹이를 삼킨다 하나의 맛이 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