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티니안에서 / 강보라
티니안에서 / 강보라 그해 여름 사이판 국제공항에 도착한 수혜와 나는 국제선 터미널 끝에 자리한 경비행기 탑승 대기실에서 우연히 두 명의 미국인 남자와 마주쳤다. 두 사람 다 젊은 백인으로, 한 명은 노란빛이 도는 갈색 눈에 골격이 크고 오른쪽 팔이 온통 문신으로 뒤덮여있었다. 다른 한 명은 짧게 자른 잿빛 머리에 헐렁한 청바지 차림이었는데 한쪽 귀에 십자가 모양 금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대기실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자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서로에게 신호를 보냈다. 캐리어를 끌고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두 남자의 장난기 어린 눈빛에서 한계에 다다른 육식 동물의 허기가 느껴졌다.대기실에 사람이라곤 우리 넷뿐이어서 수혜와 나는 남자들과 자연스럽게 말을 섞었다. 대화 중에 나는 조금 당황했는데 수혜가 굳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