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작] 플렉시테리언 / 이안리
플렉시테리언 / 이안리 지오는 작업에 필요한 칼을 사서 일터로 향한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지오의 오토바이에는 여러 번 붙였다 뗀 영업용 스티커 자국이 지저분하게 남아 있다. 열일곱에 가출 팸을 나온 뒤로 많은 일자리를 전전한 끝에 지오는 지금 동물 구조센터에서 일한다. 재활 관리사 김 선생의 보조 자격일 뿐이지만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면 구조대원이나 간호사의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지오는 틈틈이 휴대폰을 확인한다. 같은 팸에서 만나 교제했던 시유와 헤어진 이유를 찾지 못해 오랫동안 답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구조센터의 아침은 언제나처럼 분주하다. 지오는 출근하자마자 허벅지에 덫을 달고 구조된 멧돼지와 마주친다. 수의사가 자리를 비워 김 선생과 함께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출근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