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하루에 두 시간만 / 김단비
하루에 두 시간만 / 김단비 가든 빌라 A동 502호, 윤미로 작가의 집까지 겨우 네 개 층을 걸어 올라갔을 뿐인데도 등 뒤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백팩까지 다 젖어 있을 것이다. 통화와 메일로만 만났을 뿐 일면식도 없는 그녀의 집에 약속도 없이 오게 된 건 팀장의 닦달 때문이었다. 뉴욕 에세이에 들어갈 삽화를 모두 맡은 윤 작가는 겨우 삼 일 남은 이달 말까지 마지막 데이터를 넘겨야 하는 긴박한 시점에 나흘째 잠수를 타고 있었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그녀의 집으로 가서 그림을 받아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가슴이 턱 막혔다. 그림을 잘 그리는 만큼 완벽주의적 성격을 지닌 그녀는 업무 통화상에서 늘 나를 긴장하게 하는 존재였고, 회의나 회식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는 그녀에 대해 히키코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