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유선철 / 바람의 뼈
바람의 뼈 유선철 단순한 무대는 화려하고 장엄했다 오롯한 발자취, 죽음마저 연주였다 고요는 달빛을 풀어 그의 뜰 쓸고 갔다 모서리 동그마니 묵언에 든 나무 의자 그 아래 하얀 뼈가, 말씀이 묻혀 있다 망초꽃 흔들어놓은 바람이 거기 있다. 따뜻한 시쓰기 이제 시작이다 당선 소식을 듣고 바람 앞에 섰습니다. 울컥, 파도 하나가 밀려왔습니다. 바람을 안았습니다. 가슴 속을 파고드는 바람이 말했습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시조의 강 근처를 기웃거리다가 그만 발목이 빠져버렸습니다. 처음엔 자꾸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광맥을 찾아 헤매는 일이고 금쪽같은 말을 캐내는 일이었습니다. 읽고 고치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보면 멀미가 났습니다. 소질도 없으면서 길을 잘못 든 거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