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농민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하얀 짐승 - 한현정
하얀 짐승 / 한현정 순간 강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누군가 달려왔다…악착같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구제역 비상…방역복 입고 야간근무 중 전화벨 소리“야야, 정근이가 며칠째 술 퍼마시다 죽는다고 난리다”엄마는 오빠를 잃고 셋을 더 낳았다악담과 분풀이를 견뎌야만 했던 나는 누구보다 남동생이 태어나길 바랐다천신만고 끝에 막내 아들이 태어났다 언니는 도망치듯 시집을 가고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셨다스물셋 나에게도 봄날은 찾아왔다자상한 남자와 결혼까지 약속했다“저 가스나가 벌어 겨우 묵고 사는데 쟈가 시집 가뿔면 우린 굶어 죽는다”그날 이후 남자는 점점 멀어져갔다청춘의 봄날은 볼품없이 시들어갔다 사십이 넘도록 뒷바라지한 남동생…부초처럼 도시를 떠돌다 귀농결심조상답 담보에 내 적금까지 깨서 밭에 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