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할머니를 부탁해 - 장경원
할머니를 부탁해 / 장경원 1. 할머니, 나 죽을 거 같아! “어구구구구!” 시덕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시덕이는 현관문을 밀고 들어서면서부터 죽는소리를 했다. 책가방과 신발주머니와 보조가방을 이리저리 휙휙 내던졌다. 그러고는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비좁은 주방이 꽉 찼다. “왜 그래? 학교에서 또 뭔 짓을 했다냐?” 콩나물을 씻던 할머니가 물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뒤도 안 돌아보았다. 말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걱정은 코딱지만큼, 못마땅함은 잔뜩 묻어 있었다. “아우, 할머니…….” “뭔 일인지 말을 해, 말을.” “할머니, 나 죽을 거 같아. 기운이 하나도 없어…….” “참 나, 이놈이. 학교에서 또 사고를 쳤는갑네.” “에이 참, 그게 아니라니까. 오늘은 완전 얌전한 하루였거든.” “그럼 뭐야? ..